세계 최고 SPA 브랜드 쉬인, 무려 1천억 달러 투자 유치한다?
혹시 쉬인(Shein)이라는 SPA 브랜드에 대해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중국의 패스트패션 기업 쉬인(Shein)이 최근 1000억 달러(약 120조 원)의 기업가치를 기반으로 10억 달러(약 1조 2000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 중인 것으로 알려졌어요. 만약 성사가 된다면 자라와 H&M을 합친 것보다도 기업 가치가 크고, 유니클로의 약 2배에 달한다고 합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CB인사이츠의 순위를 기준으로 틱톡의 바이트댄스와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엑스에 이어 전 세계에서 3번째로 가치가 큰 스타트업이 된다는 사실입니다. 중국 패션 브랜드는 보통 내수 시장을 중심으로 성장하지,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한 사례가 드뭅니다. 그래서 쉬인은 더 특별합니다.
쉬인은 팬데믹 와중에 전 세계 Z세대의 관심을 잡아 브랜드 인지도를 크게 끌어올렸어요. 30대 이상이라면 들어보기 힘든 이름이었을 것이라는 평가도 받지만, 평균 가격 약 10달러 내외의 의류가 매일 약 6000개씩 업데이트되고 있는 플랫폼은 1020세대가 모두 모이는 온라인 쇼핑 플레이스가 되다시피 했죠.
물론 코로나 팬데믹 초반 잠시 주춤할 뻔했지만, 작년 글로벌 SPA 브랜드들의 실적은 생각보다 양호했습니다. 오히려 오프라인 매장을 줄이고, 온라인 비중을 늘려서 자라로 유명한 인디텍스의 영업이익은 역대 최고를 기록하기도 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쉬인의 기업가치가 이들 글로벌 SPA 브랜드들을 압도한다는 건 그만큼의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았다는 걸 의미합니다. 실제로 쉬인은 이미 세계 최대의 온라인 전용 브랜드이면서, 지난 2021년 6월에 앱 데이터 분석업체 앱 애니(App Annie)와 센서타워(SensorTower) 등의 자료에를 통해 미국 내 iOS와 Android를 통틀어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쇼핑 앱으로 등극했습니다. 심지어 그동안 미국 내 쇼핑 앱 부문 다운로드 수 부동의 1위를 차지해 왔던 아아마존까지 제쳤다니, 그 위세가 얼마나 대단했는 지 알만하죠?
SPA 업계의 틱톡이라 불리기도
물론 소셜미디어를 통한 Z세대 마케팅도 주효했어요. 매일 같이 인플루언서들이 쉬인의 옷을 홍보했고, 틱톡과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쉬인에서 산 여러 가지 옷을 입어보고 침대에 던져놓는 영상 등이 크게 유행했는데요. 인터넷을 이용하는 1020세대가 쉬인의 스폰서를 받은 홍보 영상이나 광고를 매일 보지 않기는 어려울 정도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했다고 해요. 그 결과 의류 판매 웹사이트로는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방문수를 기록 중이고, H&M과 자라보다도 구글 검색량이 많아졌어요.
이러한 이유로 쉬인의 별칭을 "SPA 업계의 틱톡(TikTok)"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중국 기업이라는 점, 미국에서 특히 빠르게 성장했다는 점, 그리고 서구권 Z세대에게 각광 받고 있다는 점 등이 틱톡하고 굉장히 유사하기 때문이죠.
모건스탠리에 의하면 2022년 쉬인의 매출은 200억 달러(약 24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돼요. 팬데믹이 발생했던 2020년에 매출이 3배 이상 뛰며 100억 달러(약 12조 원)를 기록한 이래 단 2년 만에 매출이 또 2배 뛰는 것이에요. 인터넷을 통해서만 판매를 하는 브랜드로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기업이 되었죠. 물론 팬데믹 이전부터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왔지만, 팬데믹 들어 그야말로 폭발적인 성장을 일구었어요.
쉬인의 큰 성장은 주요 시장에서 자리를 확고히 잡아가던 타이밍과도 겹쳤어요. 대표적인 시장으로 미국을 들 수 있는데요. 지난 2016년 미국이 자국 이커머스 활성화를 목적으로 개인이 들여오는 물품의 관세 면제 한도를 기존 200달러에서 800달러로 높인 이후, 오히려 쉬인 이용자들이 수입세를 내지 않게 되면서 쉬인이 큰 인기몰이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어요. 미국 시장은 이후 쉬인이 전 세계적으로 인지도를 더 키우고 확장해 나갈 수 있는 큰 원동력이 되었고요.
쉬인의 강점, "데이터 드리븐"에 있다
쉬인의 빠른 성장은 물론 수많은 옷을 디자인, 생산하고 공급하는 기간을 단축하며 '더 빠른' 패스트패션을 창조한 것이 핵심이라는 평가를 받아요. SPA 브랜드가 패스트패션이라고도 불리는 건, 디자인부터 생산, 유통까지 2~3주밖에 걸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쉬인은 그 속도를 최대 5일 정도로 더 줄였습니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생산하여, 속도를 올리면서, 효율도 같이 개선하여 오히려 제조 원가는 더 낮췄습니다. 그 덕에 더 빠르게 트렌드에 반응하여, 더 다양한 스타일의 옷을, 더 싸게 팔 수 있었습니다.
기존 패스트패션 브랜드보다 더 빠른 속도를 보인다는 울트라 패스트 패션 브랜드는 쉬인 이전에도 있었습니다. 영국의 아소스가 대표적인데, 그래도 그들은 디자인부터 판매까지 2주는 걸렸습니다. 물론 이것만 해도 자라에 비하면 2배 이상 빠른 속도였지만, 쉬인은 이보다도 절반 가량으로 속도를 높였습니다. 심지어 디자인에서 생산까지 빠르면 3일 안에 끝내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압도적인 속도가 가능했던 건 역설적으로 쉬인이 중국 회사였기 때문입니다. 쉬인은 우리의 동대문 시장과 같은 광저우 의류 도매 시장을 배후지로 두고 있는데요. 이처럼 탄탄한 공급망을 바로 옆에 둔 덕택에, 쉬인은 패스트패션의 강점을 제대로 살릴 수 있었습니다. 그에 반해 유럽과 미국의 경쟁자들은 높은 인건비 때문에, 생산 기지를 아예 멀리 둔 경우가 많았고요. 자라처럼 본사 인근에 생산기지를 꾸린다 하더라도, 속도는 몰라도 원가 경쟁에서 쉬인을 따라잡기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쉬인은 마치 기계와 같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빠르게 생산하여 테스트하는 방식을 통해, '선택과 집중'을 통한 효율을 극대화시킨 기업입니다. 구글 트렌드(Google Trend), 자체 소비자 데이터, 소셜 플랫폼 데이터 등을 활용하여 실시간으로 최신 유행 디자인을 분석한 후 바로 생산에 돌입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전략은 전형적인 “데이터 드리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쉬인 같은 사례를 ‘데이터 드리븐 커머스'라고 하는데요. 수년 전부터 이커머스 시장을 비롯한 많은 분야에서 사용 중인 비즈니스 형태입니다. 최근에는 코로나로 온라인 거래가 급증하면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이커머스 기업의 차별화된 경쟁력으로도 부각되고 있어요.
하지만 이 뿐만 아닙니다. 쉬인은 자신들의 본사에서 5시간 내 거리, 10일 이내 신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에만 계약을 맺었다고 합니다. 대신 생산에 들어가는 대금을 30일 내에 정산해 주는 등 자금 유동성을 무기로 공장들의 완전히 자신들의 편으로 만들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계약한 공장들에게 쉬인의 자체 SCM 툴 사용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이게 무슨 의미냐면, 쉬인이 데이터 수집, 분석한 후 그에 기반한 인사이트와 디자인 과정 전반을 공장에 즉시 공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오늘날 쉬인이 가장 빠르게 옷을 생산하는 SPA 브랜드가 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덕분에 쉬인은 생산한 제품 중 고작 6% 만이 90일 이후에도 재고로 남아있을 정도로 운영 효율화를 극대화했습니다.
노동력 착취, 디자인 표절 등의 문제도 항상 따라다녀
하지만 그렇기에 동시에 크나큰 약점들도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노동력 착취와 디자인 표절 등의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어찌보면 굉장히 중국스러운(?)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할인을 미끼로 모은 수많은 고객 데이터를 활용한 마케팅도 개인정보 보호가 강조되는 요즘의 추세와 맞지 않는다는 큰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매년 100%가 넘게 성장해 온 빠른 성장의 이면에 있는 여러 가지 이슈가 계속 드러났죠. 최근에는 공급 체인이 불투명하다는 비판도 커지는 중이고, 모든 패스트패션이 그래 왔듯이 환경오염에 대한 비판은 기본적으로 깔고 들어가는 부분이고요.
조만간 싱가포르에서 IPO할 것으로 보여
그러나 이러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쉬인이 만든 효율적인 비즈니스는 이들에 눈독을 들이는 벤처캐피털과 투자자들에게는 매력적인 사업 모델이에요. 쉬인은 향후 해외 기업공개(IPO) 준비를 위해 싱가포르에 지주회사를 세울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어요. 이번 투자는 사모펀드 제너럴 애틀란틱(General Atlantic)이 주도하고 있고, 기존 투자자에는 벤처캐피털인 세쿼이어 캐피털, 타이거 글로벌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브랜드가 성장을 하고, 향후 기업공개 등에 더 가까워질수록 드러난 문제들을 빨리 해결해야 한다는 압박은 커질 것으로 예상돼요. 특히 ESG가 더욱 강조되는 가까운 미래에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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