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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D, 이번엔 데이터센터 반도체 기업 인수

2022년 4월 4일 AMD가 데이터센터용 반도체와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스타트업 펜산도 시스템스를 190억 달러에 인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AMD는 펜산도 시스템스 인수를 통해 데이터센터 반도체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게 됩니다. 인수 절차는 올 2분기 내 완료될 예정입니다.

 

앞서 AMD는 2022년 3월 14일 반도체 설계 기업 자일링스(Xilinx)와도 500억 달러 규모의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참고로 자일링스 인수 합병은 1969년 AMD 설립 이래 가장 규모가 큰 거래로 꼽힙니다. 본래 AMD는 자일링스를 350억 달러에 인수하겠다고 2020년 10월 의사를 밝힌 바 있지만, 그동안 AMD의 주가가 오르면서 거래 규모 또한 확대되었습니다. 자일링스는 용도에 따라 회로 변경이 가능한 프로그래머블 반도체(FPGA) 전문 기업으로, 해당 분야 점유율 1위를 자랑합니다.

 

당시 AMD가 밝힌 자일링스 인수 배경은 데이터센터(서버) 사업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현재 AMD은 아마존(AWS), 알리바바, IBM,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을 고객사로 두고 있습니다. 이들 고객사는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데 AMD의 반도체를 사용하고 있는데, 사실 데이터센터 시장의 강자는 인텔입니다. AMD 입장에선 인텔의 시장점유율을 빼앗아 오는 게 중요한 시점이죠.

 

이번에 인수하기로 한 펜산도 시스템스 역시 데이터센터 때문입니다. 펜산도 시스템스는 칩과 소프트웨어를 포괄하는 데이터센터 반도체 솔루션 개발 업체입니다. 자일링스처럼 업계 탑티어 회사는 아니지만, 나름 업계에서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꼽힌다고 합니다. 펜산도 시스템스 또한, IBM 클라우드,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오라클 클라우드와 같은 클라우드 대기업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는 점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AMD은 이번 인수 발표를 하면서 펜산도 시스템스의 솔루션이 경쟁사보다 8~13배 뛰어난 성능을 보인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AMD은 이번 펜산도 시스템스 인수를 통해 성장 잠재력이 높은 데이터센터 반도체 시장에 뛰어들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셈입니다 AMD의 리사 수 최고경영자(CEO) 취임 이후 반도체 상품 라인업을 다각화하고 있는데요. 자일링스 인수로 프로그래머블 반도체에서 경쟁력을 갖춘 AMD는 기존 강점이라 할 수 있는 그래픽칩에 더해, 이번 펜산도 시스템스 인수를 통해 데이터센터 반도체까지 갖추며 시장 1위 인텔을 바짝 추격하고 있습니다.

 

또한, AMD는 자일링스와 펜산도 시스템스 등의 인수를 통해 5G 네트워크, 자동화, 우주산업과 방산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일단 자일링스의 주요고객으로는 록히드마틴, 삼성전자 등이 있습니다. 따라서 자일링스 인수는 AMD의 사업영역을 확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특히 5G는 AMD가 지금까지 약세를 보였던 곳이기도 합니다.

반도체 시장, 앞으로 "망고" 기업에 주목하라

한편, 얼마 전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애널리스트가 여러 반도체 기업을 추천습니다. 비벡 아리아라는 이름의 반도체 분야 전문 애널리스트는 가까운 장래에 반도체 시장에서 어려움을 잘 헤쳐 나갈 최적의 주식 7개 중 하나로 AMD를 뽑았습니다. 참고하시라고 비벡 아리아가 추천한 다른 반도체 기업 명단도 공유드립니다.

  • 마벨
  • 브로드컴
  • AMD
  • 아날로그 디바이스
  • 엔비디아
  • 글로벌파운드리스
  • ON 반도체

비벡 아리아는 자신이 선정하느 기업의 티커 제일 앞 알파벳을 따서 "망고(MAAANGO)"라 불렀습니다. 그러면서 “우리가 이 용어를 고안한 이유는 투자자들이 반도체 주식을 살펴볼 때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습니다. 비벡 아리아가 말하는 망고 기업들은 팬데믹 이후 흔들리고 있는 반도체 산업에서 상대적으로 탄력적인 공급망을 보유헀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2022년에도 반도체 부족 현상이 이어질 전망입니다.

 

하지만 다들 한 번쯤 들어 보셨다시피, 반도체는 4차 산업 혁명의 "쌀"과 같은 존재입니다. 공급망 문제와 칩 가격 상승이 반도체 칩 수요를 완전히 억누를 수는 없다는 뜻이죠. 칩은 스마트폰과 컴퓨터 등 많은 소비자 기술 제품의 필수적 부분이고, 5G와 6G, 인공지능, 클라우드 컴퓨팅, 자동차 분야에서의 칩 수요는 매우 강합니다. 결국 반도체 기업은 올해에도 여전히 강력한 모습을 보일 수 밖에 없다는 생각입니다.

AMD와 인텔의 경쟁 히스토리

반도체 업계 리더들의 최근 인터뷰를 종합해 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보다 악화된 글로벌 공급망 혼란이 계속되면서, 대부분의 대형 칩 제조업체들은 해결하는 데 수 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백로그(backlog)*를 처리하기 바쁘다고 밝혔는데요. 여기서 백로그란, 설계나 개발에 필요한 인적, 기술적 자원이 충분하지 못하여 프로그램 개발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보류되어 있는 상황 혹은 시스템을 뜻합니다.

 

이러한 가운데, 과거 반도체 프로세서 시장 ‘1위는 인텔, AMD는 2인자’라는 인식이 점점 더 깨지고 있습니다. AMD는 원래 인텔 제품을 위탁 생산하는 기업이었습니다. 인텔은 1978년 IBM이 컴퓨터 표준 CPU로 채택한 8086 프로세서를 출시했습니다. IBM 컴퓨터에 8086 프로세서를 탑재하면서 그 수요가 증가했고, 인텔은 몇몇 기업에 라이선스를 제공해 8086 프로세서를 2차 생산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이 때 위탁생산을 담당했던 기업은 AMD, NEC, 후지츠 등 10개 기업입니다.

 

그런데 AMD는 1996년 처음으로 자체 x86 가정용 프로세서 ‘K5’를 출시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1999년에 공개한 K7 애슬론은 당시 인텔의 동급 CPU보다 성능이 우세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K7 애슬론 덕분에 AMD는 인텔로부터 시장점유율을 빼앗아올 수 있었습니다. 판도를 뒤집기 위해 인텔도 2000년 펜티엄 4 프로세서를 개발했지만 설계 방향을 잘못 설정해 해당 칩은 성능은 낮아지고, 발열이 심해졌다는 혹평을 받았습니다. 이후에도 인텔은 설계 부문에서 연이어 실수했고, 결국 2006년에는 프로세서 시장점유율을 AMD에게 절반가량 내줬습니다.

 

2010년대 들어서면서 인텔은 다시 i 프로세서를 통해 금 간 자존심을 회복했습니다. 이 기간 AMD는 특별히 주목할만한 움직임을 보이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 시장에서 입지가 점점 좁아졌고, 자금난을 겪으면서 보유하고 있던 생산라인까지 매각해야 했습니다. 지금 AMD에 생산라인이 없는 이유는 이 때문입니다. 참고로 첨언하자면, 이때 떨어져 나온 생산라인이 세계 3위 파운드리 기업인 ‘글로벌 파운드리(GF)’입니다.

 

그러나 2014년 AMD의 역사적인 사건이 일어납니다. 바로 그 이름도 유명한 리사 수(Lisa Su)를 CEO로 영입한 사건입니다. AMD의 수장이 된 리사 수는 그간 AMD가 판매하고 있던 그래픽카드 가격을 대폭 낮춰 가성비를 강점을 내세웠고, 콘솔 게임 시장에도 손을 뻗어 기기와 프로세서를 함께 판매하는 전략을 추구했습니다. 이 전략으로 AMD는 비로소 적자를 탈출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AMD는 프로세서 개발에 주력했는데, 그 결과 저렴하면서도 성능이 인텔과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는 라이젠(RYZEN) 시리즈를 출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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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vs AMD 향후 전망은?

개인적으로 생각했을 때, 앞으로 1~2년 간은 프로세서 시장에서 AMD가 우세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확보하고 있고, 이제 브랜드 파워도 어느 정도 확보했기 때문입니다. 반면 인텔은 최근 몇 년 간 어려운 시기를 겪어 왔습니다. 스마트폰 분야로 사업을 무리하게 확대하다가 본업에서의 경쟁력이 약화되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그 동안 인텔의 반도체 연구인력을 대폭 축소하였고, 그 과정에서 인텔의 고급 인력들이 AMD를 비롯하여 삼성전자, TSMC 등으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또한, 프로세서의 보안상 약점도 은폐하려다 언론에 들통나는 일도 있었지요.

 

그런데도 장기적으로는 인텔이 AMD보다 더 우세하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인텔은 AMD에게 없는 자체 생산라인을 가지고 있습니다. AMD는 모든 제품을 위탁생산하는데, 이는 앞으로 전 세계적인 디커플링이 예상되기 때문에 치명적 약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비단 디커플링 때문이 아니더라도, AMD는 현재 TSMC 선단 공정을 주로 이용하고 있는데, 문제는 TSMC 선단 공정 생산라인에 2023년까지 예약이 모두 차 있다는 것입니다. TSMC 선단 공정은 AMD뿐만 아니라 엔비디아, 퀄컴 등 주요 반도체 기업도 이용하고 있어 생산라인 확보를 위한 경쟁이 치열합니다.

 

또한, AMD는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인텔에 비해 약합니다. 프로세서 기술이 점차 고도화됨에 따라 이 분야의 경쟁력은 결국 소프트웨어로 완성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인텔은 프로세서를 오랫동안 개발하면서 관련 소프트웨어 기술도 함께 개발해 왔습니다. 그러나 AMD에게는 인텔에 준하는 소프트웨어 기술이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입니다. AMD가 자일링스와 펜사노 시스템스를 인수하기로 결정한 이유도 상당 부분 소프트웨어 기술 확보 목적이 담겨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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